니코에리 ] 언젠가 있을 미래에 네가 있다면
후회 남지 않을 3년을 보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졸업하고 나니 후회와 함께 허무함이 물 밀듯 닥쳐왔다. 아둥바둥,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든 알려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내 이름을 널리 퍼트린건 나의 노력이 아니라 나를 이끌어주는 친구들 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니코, 우는거야?"
"..무, 무슨. 오히려 속이 후련한걸."
"눈가가 젖어있어."
"속눈썹이 들어가서 그런거야..!"
만약 내 곁에 아무도 없었으면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걸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졌으나 만족 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 삶에서 u's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모두가 떠나간 학교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내 친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맑은 햇살 사이로 청명하게 빛나는 파란색 눈 때문에 눈이 부셨다.
"근데.. 노조미는? 항상 붙어다녔잖아 너희들."
"오늘은 바쁜일이 있다면서. 미안하지만 먼저 가라고 하더라.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물어볼 틈도 안주고 그냥 뛰어가던데?"
"그래..?"
에리와 함께 단 둘이 걷는 길이라.. 평소에 에리랑 같이 있을때는 9명 모두 모여있을 때라 잘 몰랐는데, 에리.. 의외로 말이 없구나. 나는 입을 굳게 다문 에리의 옆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차가 굴러가는 소리와 몇 몇 사람들이 걷는 소리만 들리는 아키하바라 외곽의 오전. 입을 열려고 해도 이 조용한 분위기가 내 입을 틀어 막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기, 니코는.. 졸업하면 뭐할거야?"
"오디션 봐야지."
"한결같구나. 니코는."
"예전에는 그냥 허황된 꿈이었지만.. 지금은 나름의 커리어도 있고. 자신도 생겼어. 이런 말 하긴 좀 낯간지럽지만.. 아주 약간, 아 ~ 주 약간은 너희들의 도움덕이라고 생각해. 물론 대부분은 이 우주 No.1 아이돌 니코님의 노력덕분이지만!"
"..이런 면 까지 한결같은건 조금 고쳐줬으면 싶지만, 뭐.. 니코다워서 보기 좋네."
"그러는 넌, 졸업하면 뭐할거야?"
"나? 진학할거야, 전에 대학 합격했다고 말했지 않았나..?"
"아.. 현대무용과., 랬나? 고민된다고 말하더니 결심을 굳힌 모양이네."
"생각 났거든, 오래전에 접은 꿈이. 지금은 몸이 굳어서 잘 움직일진 모르겠지만.. 다시 도전해보려고."
"..그래."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 분명 축하해주어야 할 일일터인데,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내가 있는 미래에, 너도 있기를 바랬는데.
"표정이 왜그래? 사랑스러운 후배들을 등 뒤에 놓고 가자니 마음이 안좋아?"
"무..무슨.. 그런거 아니야..! "
내가 아무렇게나 쏘아붙히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니 에리는 그걸 보고 내 어깨를 움켜쥐고 나한테 찰싹 달라 붙었다.
"아니면, 나한테 삐진게 있는거야?"
"삐지다니.. 네가 나한테 뭘 했다고."
"그래? 니코라면 분명 삐졌거나 실망한게 있을 줄 알았는데."
"무슨 뜻이야?"
" [내가 있는 미래에, 너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거 아니야?"
"......"
너무나도 정확한 한마디에, 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고개를 돌린 곳엔 -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듯 싱긋, 미소짓고있는 에리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니코는..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있는 곳에, 너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행이네, 그래서 니코.. 삐졌어?"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 너는 너의 꿈을, 나는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 뿐이니까. 가는 길이 약간 갈렸을 뿐, 결국 함께니까. 너무 실망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 치사해 에리, 자기 혼자만 뭐든지 알고있다는 투로 어린애 달래듯 그런 말을.."
"그래?"
에리는 그렇게 말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에리의 입술을 통해 에리의 열이 내 얼굴로 스며들어 오는 것 만 같았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얼이 빠져있다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뒤로 빼냈다.
"...?!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기, 길거리라고 여기..!"
"이걸로, 내 마음도.. 조금은 전해 졌을까?"
에리는 여태껏 보아왔던 것 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웃고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있을 미래에 저렇게 방긋 웃는 에리의 얼굴이 있다 생각하니 마음속에 있던 후회와 허무함, 그리고 에리에 대한 실망이 전부 다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이정도로 됐지 뭐."
"뭐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언젠가 있을 미래를 그리기 위해, 나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