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글로벌흥커플니코토리] 버터쿠키가 달달한 이유

비좀 2015. 5. 6. 18:37

“아! 이제 다 됐나보다!”

띠링- 하는 알람음에 맞춰 코토리는 싱글벙글 웃으며 오븐을 향해 걸어갔다. 오븐의 뚜껑이 열리자 새하얀 김과 함께 온갖 달콤한 향기들이 오븐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향기와 함께 - 내 안에 있던 잡생각도 다시 한 번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코토리는 요즘 왜 자꾸 나를 집으로 초대하는 것일까. 코토리에겐 나보다 친한 친구가 있고, 나에게도 코토리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상대인데... “니코, 과자를 좋아한댔지? 나, 예전부터 과자 만들기가 취미였는데! 이제부터 니코한테 시식을 맡기면 되겠네?” 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고작 그런 걸로 나를 주말마다 불러낼 것 같진 않은데.

코토리는,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자!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버터쿠키를 구워봤어!”

잘 구워진 버터쿠키는 갈색 광채를 내뿜으며 달달한 향을 내뿜었다, 그 달달한 향에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아니, 이것은 비단 버터쿠키 때문은 아닐 것이다, 분명.. 이 달달함의 반쯤은 코토리의 체취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코토리를 올려다보았다.

“.....”

언제나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치마를 했다는 것 즈음일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토리의 모습은 평소와는 너무나도 달라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 감정은 분명.. 단 둘만 있다는 대서 나오는 감정이겠지.

“응? 왜그래? 니코.”

“어? 아, 아니. 아무것도.”

나는 한 입 크기로 잘 구워진 버터쿠키를 집어먹으며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렸다.

코토리와의 사이에 거리감을 두는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내가 코토리를 보는 시선은.. 친구를 보는 그것과는 너무나도 거리감이 있었기에.

“어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맛있게 잘 구워졌네. 여기에 넣은 견과류도 어올리고, 딱 적당하게 달고.. 잘 구워졌어. 이정도면 돈 받고 팔아도 되겠는데?”

“정말이야? 고마워!”

“........”

목이 막혔다, 아니, 가슴이 막막했다.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내 마음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내 마음을 전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되는데.. 내 마음을 포기하기엔 내 마음은 너무나도 커져 있었고, 그렇다고 그런 마음을 전하자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앞으로 가지도, 뒤로 후진하지도 못하는 못난 인간. 그것이 바로 야자와 니코였다.

“...저기, 코토리.”

“응?”

“이거는 - 그냥 아는 사람.. 얘기인데.”

“응? 무슨 이야긴데?”

“...아니, 아니다.”

내가 방금전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걸까. 순간 가슴이 철렁해졌다. 방금 전에 한 말을 주워 담고 싶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활시위를 떠난 활과 똑같아, 무슨 짓을 하건 되돌릴 수 없었다. 내가 방금 전에 생각 없이 쏜 화살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들려줘! 니코!!” 따위의 역풍을 맞으며 내 방정맞은 입에 제대로 꽂혔다.

“안 들려주면 쿠키도 다 압수할거야!!”

“....그러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줘, 그냥.. 아는 사람 얘기인데.”

“응!”

“그러니까, 아는 사람이.. 그.. 어쩌다 보니 친구를 만났는데, 말이야. 그 친구가.. 사랑스러웠데. 애인 사이로 지내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그런데.. 그친구는..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마음을 전하면 어색해 질 것 같은데, 그렇다고 가만있자니 너무나도 가슴이 근질거려서. 미쳐 버릴 것 같데. 코토리, 그럴땐.. 어떻게 하는게 맞는걸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코토리는 어느새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두피를 통해서 느껴지는 코토리의 피부는 금방 한 식빵처럼 부드러웠고, 포근했으며, 따듯했다. 

“나는, 니코가 고백해도 좋은데, 딱히 니코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도 없구.”

“......?”

잠깐만, 코토리, 뭐라고 한거야? 잘 못들었어. 라고 되묻고 싶었으나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코토리의 달콤한 체취는 점점 더 진해져 내 머리를 머엉 - 하게 만들고, 먹먹했던 내 가슴마저 코토리의 체취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코토리한테 잠기는 기분이었다.

“니코도 참.. 누가 자기를 싫어하는 건 귀신같이 눈치 채면서 왜 이런 건 지금까지 눈치 못 채는 거야?”

“코토리.....”

“니코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래,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야.”

“난.. 태어 날 때부터 그랬어, 너랑 사귄다고 딱히 달라지진 않을거야. 그런 나라도.. 정말, 괜찮아?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거야?”

코토리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곳엔 - 분홍색 마카롱보다도 더 달달해 보이고, 더 진한 색체를 가진 코토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런 나라도?] 가 아니야, 니코.”

코토리의 입술은 점점 더 나한테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내 이마에 키스 마크를 남겼다.

“ [그런 너니까.] 인거지.”

입 안에 남아있는 버터쿠키는, 오늘따라 유독 달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