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푸르다 236화 - 본질에 대한 탐구 << 이거 보고 뭔가 마리가 할법 할 이야기라 파쿠리 해봤습니다. 다이아는 저딴 질문도 자존심 세워가면서 잘 대답해 줄것 같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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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다이아. 질문이 있는데."
"네? 뭔가요."
"만약에 먹게된다면 curry맛 poo? 아니면 poo맛 curry야?"
"하?"
다이아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엉뚱한 말을 하는 마리를 쳐다보았다. 마리는 자기가 이상한 말을 했다는 자각도 못한채 그녀 특유의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 연습하는 내내 조용하나 싶더니 옷 갈아입으면서 물어보는게 저런 질문이라니. 다이아는 질색했다. 외국에선 저런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 아니면 역시, 오하라 마리라는 인간은 지구의 자전축을 따라 돌아버린 것 아닐까? 다이아는 마리의 말을 무시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다이아, 혹시 curry를 모르는 건 아닐테고.. poo라는건 말이야. 그러니까. 똥이야. 똥. 다른 말로는 - "
"알거든요!? poo! shit! dung!! number two!!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쿠로사와 가에 걸맞은 삶을 살거라.' 라는 부모님의 말에 따라 다이아는 어떤 일이 있어도 품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어렷을 때 부터 그런 노력을 한 덕분에 다이아는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품격과 고고함,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누구를 만나건, 그 누구와 말하건 다이아의 품격은 깨지지 않았다.
'오하라 마리'라는 인간을 만나기 전 까지는.
"뭐야, 잘 알잖아. 그런데 왜 못 들은 척 하는거야."
"그딴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는 목소리에 날을 세워 대답한 다음 뒤로 돌았다. 다이아의 냉랭한 목소리를 들으면 웃어른들 마저도 풀이 죽기 마련인데도, 마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이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oh.. 다이아, 이 question은 curry가 나온 이후부터 인류를 괴롭혀 왔던 난제라구, 혹시나 '그' 쿠로사와 다이아라면 answer를 알까 했는데, '역시' 다이아라도 이 문제는 무리인거야?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걸, 다이아도 참."
"......"
다이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끈적끈적한 마리의 손, 자신을 비웃는 듯 위로 꺾였다 아래로 꺾였다 하는 악센트. 그리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시험하는 듯 한 저 화법까지. 다이아는 지난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은 마리의 함정이라는 걸, 이 진창같은 대화를 끝내는 법은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마리의 손을 때내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는 걸.
하지만 -
"누, 누가 모른데요?! 참나. 그런 쉬운 문제. 지금이라도 답을 낼 수 있거든요?!"
언제나와 똑같이, 다이아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다이아는 어깨 위에 얹혀있는 마리의 손을 쳐 낸 다음 뒤로 돌았다. 미묘하게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마리가 보였다. '오늘도 계획대로야.' 라는 듯한 웃음이었다.
흥, 누가 언제나 처럼 휘둘릴까봐? 그 웃음. 박살을 내 주겠어.
"Wow! 정말이야? 나도 내 나름대로의 answer가 있긴 한데. 그럼 셋, 둘, 하나 하면 동시에 말해볼까?"
"후우.. 정말이지, 이런 질 떨어지고 쉬운 질문을 난제라느니 뭐니.. 반성 하도록 하세요. 마리."
마리는 다이아가 투덜거리는 걸 무시하고 "Three,two.." 하며 카운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One!" 이라는 말이 나오자, 두 사람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당연히 카레 맛 똥이죠!" / "당연히 똥 맛 카레지?"
두 사람은 동시에 답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반대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Huh?"
"하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다이아와 마리는 코웃음을 치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아니, 다이아는 책 많이 읽었다면서 Harry potter series 도 안 읽어본거야? 귀지맛 젤리는 젤리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거지, 만약 젤리맛 귀지가 있다면 그걸 먹을 수 있겠어?따져보면 이건 아주 당연한 답 아니야?"
"하아.. 당신, 이 문제의 본질부터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일단 해리 포터 시리즈는 잘 읽어봤구요. 젤리맛 귀지냐 귀지맛 젤리냐를 묻는다면 저는 젤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둘 다 안먹을거에요. 잘 생각 해 보세요. 똥 맛 카레면 그건 똥이나 다를 바 없어요. 다르게 말하자면 카레 맛 똥도 카레랑 다를 게 없다는 소리죠."
"But.. 다이아, 똥이라구? 그런걸 먹다가 똥독에 오를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맛'을 결정하는건 그 안에 든 성분이니까. 카레 맛 똥의 성분이라면 그냥 카레와 일치하겠죠. 만약에 90%는 카레맛인데 끝맛이 똥맛이다.. 라고 한다면 그건 또 모르겠지만."
"..풉, 크큭. 푸흐흐흡.."
마리는 입을 가리고 킥킥 대더니 부실에 놓여 있는 책상 위에 앉았다. 그리고 또 한참을 킥킥댔다. 다이아는 저년이 진짜로 실성한건가. 라고 생각했다가 '하긴, 쟤는 원래부터 실성해있었지.' 라고 생각하며 마리를 (자기 멋대로) 이해하였다. 마리는 그렇게 큭큭대다가 갑자기 정색하며 다리를 꼬았다.
"Oh.. 다이아, 역시 제가 인정한 Arch nemesis군요. 이 문제를 이렇게나 진지하게 고민 하고 있었다니."
아니, 딱히 진지하게 고민 한 건 아니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은 것 뿐인데.
"But, 다이아. 생각을 해보라구요. 똥 맛 카레라면 '그래, 그래도 내가 먹는건 카레니까.' 라며 생각하고 먹을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카레 맛 똥을 먹으면 어떨 것 같아요? 뭐, 눈을 감고 먹으며 자기최면을 걸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머릿 속 한 켠에선 '나는 지금 똥을 먹고 있어'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걸요?"
"만약 맛과 냄새가 카레라면.. 똥이라고 불리는 건 이름일 뿐, 본질적으론 카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한 질문은 그대로 돌려드릴 수 있어요. 만약 똥의 향과 똥의 냄새가 나는 카레라고 한다면. 그것을 과연 카레라고 생각하며 먹을 수 있을까요? 서로의 '성질'이 뒤바뀌고 남아있는 건 겉모습과 이름이라면, 거기에 의미가 있는 걸까요? 이름의 무게는 범인(凡人)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가볍 - "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 올리며 자신의 논지를 당당하게 말하던 쿠로사와 다이아는 등 뒤에서 날아온 발차기를 맞고 "푸헙! 컥!" 따위의 괴성을 지르며 부실 바닥을 구르다가 엎어지고 말았다. 다이아는 욱신거리는 허리를 쓰다듬으며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뒤를 쳐다보았다.
"그런 얘기는 집에 가서 해, 이 미친년들아. 바다에 공구리쳐서 빠뜨려버리기 전에."
다이아가 쳐다본 곳엔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미츠우라 카난과 카난 발치에 떨어져 있는 카레맛 고로케가 있었다. 다이아는 한 마디 하려고 했으나 카난의 몸을 휘감고 있는 살기를 느끼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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