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특이한 날이었다. 쿄쿄와 나, 단 둘이 내 자취방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게임을 하고 있는 나한테 쿄코가 달라 붙지도 않고, 그렇다고 집안을 헤집어 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쿄코가 얌전하니 오히려 그게 더 불안했다. 폭풍이 치기 전 맨몸으로 밖에 떨어져 버린 기분이랄까. 하지만 게임을 하며 계속 흘끗흘끗 쳐다봐도 쿄코는 누운채로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신경쓰여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저기, 쿄코."
"응?"
"뭐 하는거야?"
"트위터."
"트위터?"

아, 생각났다. 쿄코가 '유이! 나랑 같이 트위터 하자? 응??' 하면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바람에 같이 계정을 만들었었지. 나는 몇 일 하다가 내팽겨쳤는데 쿄코는 아직까지 트위터를 하고 있었구나.

"요 근래 핸드폰이 고장나서 잘 못했었으니까, 그동안 못한 트윗 전부 올려야지!"
"에.. 트위터, 재밌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던데."
"재밌어! 트위터 하고 나서 동인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른 사람들 그림도 더 빨리 볼수있고.."
"그런가..? 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던데..."
"어라? 유이, 트위터 계정 있었어?"
"네가 같이 하자고 해놓고선 새까맣게 까먹은거야?!"
"아아.. 그..랬었나?"
"나 참.."

트위터라, 지금 내 계정은 어떻게 됐으려나. 혹시 해킹같은거 당한 거 아니겠지? 신경쓰여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켰다. 트위터 어플을 깔았었던 것도 같은데 지운 것 같기도 하고.. 

"아, 찾았다."
"뭐를?"
"트위터 어플, 너 때문에 생각나서 한 번 들어가 보려구."
"...어... 유이, 혹시 내 계정 팔로우 하고 있..나?"
"아마 그럴껄? 트위터 계정 만들고 나서 제일 처음 한게 서로 팔로우 하는 거였으니까."
"유이, 자, 잠깐만. 트위터에 굳이 들어가 볼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유이는 트위터 안하잖아?"

어라? 왜 이러지? 이렇게 당황하는 쿄코는 엄청 오랜만에 보는데.

"그냥 생각나서 좀 들러보는 것 뿐인걸,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지고선.."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여, 여하튼 유이,다, 다른걸 하는게 더 재밌지 않을까? 트, 트위터같은건 하나도 재미 없다구."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웃는 얼굴로 트위터가 재밌다고 한건 너잖아.."

파들파들 떨리는 쿄코의 손이 내 핸드폰 쪽으로 다가오길레 나는 단숨에 트위터 아이콘을 터치하고 쿄코의 계정을 찾아갔다. 팔로잉 목록엔 계정이 하나밖에 없었기 떄문에 쿄코의 계정을 찾는건 무척 쉬운 일이었다.

"럼레이즌 애호가 연맹 럼코@원고해라? 계정명이 굉장히 기네.."
"아악, 자, 잠깐만 유이! 보, 보지 마..!"

핸드폰을 뺏으려는 쿄코의 손을 이리저리 피하며 화면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팔로워 수가 1천명..?? 아니, 그것보다.. 미라쿠룽 라이바룽 가위치기 기원.. 미라쿠룽이랑 메차쿠차하고 싶... 쿄코, 뭐야 이게?"
"......아, 아니, 그, 거 , 그게.. 그..."

하얗게 질렸던 쿄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너무 짓궃었나.

"..미안해."
"아, 아니, 그런 걸로 미안할 필요는 없지.. 으응..음.."
"..이것들, 전부 쿄코가 그린 그림이야? 이쁘네."
"정말?! 고마워!!"

그림을 칭찬하자 쿄코는 자기가 언제 그렇게 쑥스러웠냐는 푹 숙였던 고개를 쳐들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어떤 글을 봐도 미라쿠룽 얘기 뿐이구나. 조금 질투나네."
"응?"
"..아, 아니, 잊어 줘."

내가 무슨 말을 한거람. 사람도 아니고 그냥 캐릭터한테 질투 난다는 표현까지 쓰고.

"지금 '질투 난다'고 한거지? 맞지?"
"아, 아니라니까 글쎄."
"유이도 참 -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데~ 히히."
"시. 시끄러워 바보야."

손날을 세워 쿄코의 이마를 가볍게 쳤다. 쿄코는 언제나처럼 과장되게 벌러덩, 넘어지며 "여자애한테 정말 너무해, 유이." 라며 우는 소리를 내었고, 나도 언제나처럼 그 말을 무시하고 다시 게임 컨트롤러를 붙잡았다.

"유이 -."
"왜?"
"핸드폰에 진동 울리지 않았어? 문자 온 거 아니야?"
"그래? 못들었는데.."

쿄코의 말을 듣고 핸드폰을 켜보니 푸쉬 알람이 와있었다. 트위터 떄문에 울린 푸쉬 알람이었는데, 알람에 뜬 내용은 이러하였다 - [럼레이즌 애호가 연맹@럼코 : @Funami_yui 사랑해! 유이 ♡]

"뭐, 므 뭐, 무슨 , 뭐, 뭘 보낸거야?!"
"평소에도 이런말은 자주 하잖아. 왜 부끄러워 하고 그래?"
"아니 그.. 그게.."

활자로 보니까 더 부끄럽다고 해야하나,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하나. 뭐,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는데 왠지 부끄러워..!

"아, 유이."
"왜?"
"방금 전에 내가 쓴 트윗이 10만번째 트윗이었어."
"..그래서?"
"그래서? 라니 그렇게 뚱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쓴건데 10만번째 트윗이 너한테, 그것도 너를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갔다니 뭔가 특별해보이지 않아?"

나는 한숨을 쉬고 다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 바보한텐 뭐가 정말로 특별한건지 알려줘야겠구나. 마침 쿄코가 먼저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고.

"쿄코, 이리 와봐."
"응? 왜그래?"

쿄코는 아기처럼 나를향해 기어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어느덧 쿄코가 내뱉는 숨결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고, 나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쿄코와 입을 맞췄다. 쿄코가 방금 전에 뚝딱 해치운 럼레이즌 향이 코에 들어왔고, 쿄코가 바른 립케어의 촉촉함이 느껴졌다. 점점 입술과 입술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느낌을 받을 떄 즈음, 쿄코가 뒤로 물러섰다.

"뭐, 뭐한거야..?"

귀까지 새빨갛게 물든 얼굴, 조금이지만 떨리고 있는 입술. 저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우와, 나.. 잘도 이런 생각을 했구나. 부끄럽게..

"특별하다는 건 이런거야. 그.. 10만번째 트윗이란게 얼마나 대단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대단한걸 줬으니.. 보답으로."
"그냥 솔직하게 '나한테 10만트윗을 주다니! 고마워 쿄코! 나한텐 너밖에 없어!' 라고 말하면 안되는거야?"

쿄코는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고, 나는 쿄코한테 꿀밤을 먹이고 "시끄러워. 바보야." 라며 그 추근거림을 일축했다.

오늘도, 언제나와 똑같은 하루였다.

Posted by 비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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